본문 바로가기

관심사

독서를 위한 처절한 몸부림들

시드니 록다운이 10월 11일부터 완화된다는 뉴스가 보도되고, 내 발등에는 불이 떨어졌다. 그동안 무제한으로 연장되던 도서관에서 빌린 책들을 반납해야 한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록다운 직전 빌렸던 책 몇 권, 록다운 중 친절하게도 도서관에서 배달해 준 예약 도서 두 권이 있는데, 한국어 책 두 권은 다 읽었지만 영어책들은 아무래도 읽는 속도가 더디다. 책이 재미없는 것도 아닌데, 매일 읽는 것도 힘들고, 한 번 읽기 시작하면 몇 페이지 못 읽고 다시 덮게 된다. 하지만 지금 읽고 있는 앤디 위어의 '프로젝트 해일 메리'는 대기자가 몇 명이나 되는 인기 있는 신간이라 이번에 반납하면 다시 빌리기 힘들 것 같다. 무조건 도서관이 다시 개장하기 전까지 읽어야 하는 미션이 생겼다.

 

하지만, 평소에 독서하는 습관이 없는 내게, 한 자리에서 1-2시간씩 책을 계속 읽는 것이 여간 힘든 게 아니다. 드라마나 영화를 볼 때도 딴짓을 하는데, 양손으로 책을 들고 집중해서 읽는 행위는 고도의 정신력을 요구한다. 그래서 생각해낸 몇 가지 방법들:

 

1. 독서를 하면서 맛있는 것을 먹는다. 간식을 좋아하지만 먹고 나면 죄책감에 시달리는 내게 이렇게 좋은 핑계는 없다. 하지만, 도서관에서 빌린 책임으로 간식 때문에 책을 더럽히면 안 되지. 손에 묻지 않는 종류의 간식을 구해서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하나씩 입에 넣고 오물거리면, 나의 뇌가 독서를 기분 좋은 행위로 인식하게 되어 책 읽기가 점점 쉬워질 것이다.

 

2. 간식을 먹을 때 규칙을 정한다. 한 페이지, 혹은 한 장을 다 읽어야만 간식을 하나 먹을 수 있다. 다 읽기 전까지는 참아야 한다. 안그러면 몇 페이지 읽는 사이에 간식이 다 사라져 버리기 때문이다 -.-;;

 

3. 포스트 잇으로 어디까지 읽었는지 정확히 표시해 둔다. 포스트잇에 화살표를 그려서 마지막 단어 바로 옆에 붙이는 것이다. 사실 책갈피를 넣었다가 책을 펼치면 어디까지 읽었는지 생각이 나지 않아서 처음부터 읽기 마련인데, 읽은 곳을 또 읽으면 약간의 지루함을 느끼게 된다. 나의 독서에는 아주 조금의 지루함이라도 끼어들면 안 된다. 그러다가는 다시 책을 덮게 될 테니까.

 

4. 타이머를 설정해둔다. 처음에는 5분, 나중에는 10분, 15분으로 시간을 늘려간다. 매일 조금이라도 읽는 습관을 들이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너무 조금 읽는 게 아닌지 조바심 낼 필요는 없다.

 

5. 도서관 반납일에서 며칠 남았는지 계산해서 하루에 몇 페이지를 읽어야 하는지 정해둔다. 매일 할당량을 완독하고 나면 기분이 좀 좋아진다.

 

 

*후기

이렇게 해서 '프로젝트 해일 메리'는 다행히 끝까지 읽을 수 있었다. 라이언 고슬링 주연으로 영화화된다고 했는데 아직 소식이 없는 게 아쉽다. 내용을 잊어버리게 전에 영화가 나와야 할 텐데, 안 그러면 또 읽어야 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