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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사

[한드] 구경이 1편 스포 有

애니, 일드, 한드, 그리고 가끔 미드도 보고, 오디오 드라마, 팟캐스트도 듣느라 바쁜 내가 한 편의 드라마를 완결까지 다 보는 확률은 지극히 낮다. 애니메이션은 한 편이 25분 정도로 짧아서 정주행 하기 좋지만, 드라마는 호흡이 느려서 약간 지루하다 싶으면 그 후로는 보지 않게 된다. 그래도 인터넷에서 꾸준히 언급되거나, 기대작이라고 소개되는 작품들은 첫 화를 챙겨보고 결정하려고 한다. 우리 아빠는 2화까지는 참고 봐줘야 한다고 하시지만, 난 참을성이 없어서 1화 보는 중간에 마음이 떠나기도 한다.

 

출처

망가져도 멋진 이영애

'구경이'는 이영애가 나온다길래, 거기다가 내가 좋아하는 수사물이라서 기대하고 있었고, 1편을 보고 나서 바로 리뷰를 쓴다. 여성 배우가 원탑인 수사물이나 액션물을 좋아해서, 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영애라면 외모는 당연하고, '친절한 금자 씨'와 '대장금'에서의 연기에 신뢰가 가기 때문에, 이번에 출연한 '구경이'는 그녀의 작품을 보는 눈에 성패가 달려있다고 생각했다. 1편을 보는 동안 들었던 생각 몇 가지:

 

- 주인공 '구경이'가 어두운 방에서 혼자 게임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보니 황미나의 웹툰 '보톡스'가 생각났다. '어, 너무 비슷한 것 아니야? 표...'까지 생각했을 때, 다른 설정들이 드러나면서, 그냥 우연의 일치라고 생각하고 넘김. 40대의 흑발의 여성이 어린애들과 게임을 한다는 설정이 흔하지는 않은데, 두 작품의 공통점은 딱 거기까지였다.

 

출처 - 네이버 웹툰 '보톡스' by 황미나

(스포 포함)

- 구경이가 사건을 해결하면서 중간중간 과거의 어느 여고생이 사건을 해결하는 사건이 회상처럼 교차 편집된다. 추리력이 좋아 보이는 여고생이 당연히 구경이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시대설정이 묘하게 엇갈리는 게 거슬렸다. 여고생들이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고 있는 장면 때문이었다.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으려면 2000년대 중반에 고등학생이어야 하는데 아무리 드라마지만 구경이의 나이를 너무 어리게 설정한 게 아닌지 불만이 끓어오르려는데 (난 참을성이 없다) 알고 보니 그 여고생은 구경이의 과거의 모습이 아니었다! 중간에 구경이가 남편을 살해했다는 소문이 있다는 대사가 나오는데, 남편의 학교에 다니는 그 여고생을 조사하러 간 경찰이 구경이었던 것! 오, 이런 살짝궁 반전 좋다. 구경이가 셜록이라면 그 여고생은 자라서 구경이의 모리아티가 되는 듯.

 

- 구경이가 조수로 데리고 다니는 젊은 남성이 말을 못 한다는 설정이 흥미롭다. 같이 게임하는 사람을 조수로 고용했는데, 말하는 대신 문자나 텍스트 리더로 의사소통을 한다. 너무 해맑게 웃는 모습이 신경 쓰인다. 얘도 무슨 과거사가 있겠지? 간병인으로 일하다가 마음이 힘들어져서 게임에 빠졌다는 설정인 듯. 처음엔 보고 샤이니의 온유인 줄 알았는데 검색해보니 백성철이라는 배우이다. 나무 위키에 링크가 없는 걸 봐서는 신인인 듯.

 

-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 조정석 여동생으로 나온 곽선영 배우가 구경이의 측근으로 나온다. 전에 송혜교 주연이었던 '남자 친구'에서부터 지켜본 배우인데, 자주 보여서 참 좋다. 다음에는 주연으로 봤으면 좋겠음.

 

- 내가 일드를 많이 봐서 그런가, 한드의 장르물을 보면 일드랑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다른 인종이 나오는 미드나 영드가 아니라 같은 동양인이라 비슷해 보이는 정도인지도 모르겠다. 일드에 늘 나오는 저녁노을 같은 조명이나 세트와는 비교가 안 되는, 때깔 좋은 미장센에 야외 촬영이 많아서 좋다. 사건의 배경이 통영이라 바닷가도 좀 나오고 조연들도 다양하게 나온다.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도 너무 생략하거나 억지적인 추리도 아니라, 몰입하기 어렵지 않다. 제작비 안 아끼고 열심히 만든 듯.

 

그런데 시청률이 2.6%네. 나만 재밌게 봤나? 1화를 보고 나서의 내 판단은 GO! 이 정도 첫 화면 기대해 볼 만한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