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사람이라면 추천한다:
- 과알못: 우주과학에 대해 지식이 전무한 나 같은 사람에게 추천
- 재난 영화 팬: 온 인류에게 닥친 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같이 고전하는 내용 좋아하면 추천
- 우주 영화 팬: 우주가 배경일 때 느껴지는 외로움, 적막함, 무력함을 좋아한다면 추천
- 줄거리가 스포를 찾아보지 않은 사람!
'넷플릭스의 딸' 배두나 배우가 출연하는 '고요의 바다'를 보았다. 넷플릭스와 디즈니 플러스 사이에서 갈등하다가 결국 넷플릭스를 선택한 이유 중에 하나였다. 하도 혹평이 많아서 큰 기대를 하지 않아서일까? 보통 1-2화만 보고 그만두는 작품이 많은데, '고요의 바다'는 딴짓을 하며 보다가도 다시 나를 화면에 집중하게 하는 힘이 있었다.
사실 정주행까지는 아니고 6편까지 보다가 잠이 들었는데 아침에 일어나 다시 이어 보기를 시작하긴 했다. 대부분의 드라마를 시작만 하고 끝내지 못하는 편이라, 이 정도면 손꼽히게 재밌게 봤다는 뜻이다. 보통 결말이 예상되면 흥미가 떨어져서 그만 보는데, '고요의 바다'는 사전 지식이 없이 봐서 그런지 어떻게 전개될지 궁금했다. 아, 앞으로는 영화 팟캐스트는 그만 들어야겠다. 줄거리와 스포를 알고서 봐도 재밌는 작품은 거의 없는데,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니 막상 영화에서 느낄 수 있는 큰 재미를 다 잃고 만다. (그래도 오징어 게임은 줄거리 알고 봐도 재밌었구나)
'고요한 바다'에 내가 강하게 끌린 이유 몇 가지:
- SF영화는 거의 챙겨보는 편인데, 한국인이 주인공인 본격적인 우주 배경의 영화가 처음이라 더 친밀감이 들었던 것 같다. 우주여행하기 전에 긴장하던 배두나. 그 배두나에게 사탕을 건넨 동료 등, 감정 이입되는 소소한 장면들이 몰입에 도움이 된 듯.
- 물 부족이라는 문제를 해결하려고 달에 간다는 소재가 신선했다. 며칠 전 화성에서 대량의 물이 발견되었다는 뉴스 때문일까?
- 영화의 분위기가 전체적으로 차분하고, 어두워서 좋았다. 한국 영화에 많이 등장하는 욕설이나 썰렁한 농담이 배제된 절제미가 느껴지는 연출이 미드 느낌이 나게 했다.
- 오프닝에 나오는 물 그래픽이 세련되고 멋졌음. 매회 시작할 때마다 집중해서 관찰함.
- 배두나의 화장기 없는 얼굴! 성형과 화장으로 완벽하게 나오는 다른 여배우들만 보다가 쌩얼을 보니 더 집중이 잘 됐다. 사실 우주에 가는데 화장하진 않잖아? 화장을 포기하고 큰 화면에 나오려는 여배우들이 많지 않을 텐데, 배두나의 높은 자존감이 부럽다.
- 음악과 조명, 화면의 색감 등 연출이 세련되어서 몰입에 도움이 되었다. 작은 컴퓨터 화면으로 보는 게 내내 아쉬웠다. 프로젝터를 사야 하나 고민하게 되네.
- 공유가 연기하는 대장님이 동료들에게 존댓말을 하는 게 좋았다. 어미가 부드럽게 '~에요? ' '~해요' 끝나서, 흔히 보는 강압적인 리더의 모습이 아니라 마음이 편했음. 그런데 일본어 자막으로 보니, 그런 섬세함이 변역 되지 않아서 아쉬웠음. 그냥 반말체로 번역되었더라.
생각해보니 미드의 절제미와 한드의 친밀함이 합쳐져서 내게는 장점만 부각된 재난+SF영화가 되었던 것 같다. 내가 좋아하는 두 장르에 한국인이 한국어로 연기하는 작품이니 좋을 수밖에. 공유가 비중이 큰 역할인데도, 과거 서사를 신파적으로 풀지 않은 점 등, 한국영화와 드라마의 클리세를 많이 덜어내어서 보기 편했다. 시청하면서, 아, 작가가 이 스토리 만들어 내면서 얼마나 속으로 신났을까 상상을 해보았다. 이런 문제가 있을 때 이렇게 해결책이 있는데, 그 해결책에 따르는 문제는 또 이렇게 해결하고... 얼마나 재밌었을까? 음악도 그렇고, 책이나 영화도 그렇고, 감상하는 편보다는 만드는 편이 훨씬 재밌을 것 같다.
'고요의 바다'를 보고 얻은 깨달음(?) 몇 가지:
- 혹평을 받은 작품이라도 일단 내가 보고 결정하자.
- 사전 지식은 없이 볼 수록 재밌다. 줄거리도 검색하지 말자.
- 물을 아끼자ㅠㅠ 있을 때 감사하게 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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