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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사

벌레와의 전쟁 - 벼룩

요 며칠간, 팔, 다리, 배 할 것 없이 온몸이 벌레에 물려서 괴로운 나날을 보내고 있는데 알고 보니 원인은 벼룩이었다. 밥을 주는 고양이들이 집 안에 잠깐씩 들어왔을 때 벼룩이 옮은 모양이다. 고양이들이 밥을 먹을 때 털을 빗어주면서 벼룩도 잡아주곤 했는데, 그때 알이 집안에서 떨어졌다가 부화한 것일 수도 있다. 자세히 보니 물린 자국이 모기에 물린 모양과 다르게 작고 동그랗게 부어오른 모양이라는 걸 뒤늦게 알아챘다. 집 주변에 거미가 많아서, 거미에 물렸나도 생각해봤지만, 우연히 다리 위에 앉아있는 벼룩을 보고 말았다! 잡기도 어려워서 몇 번이나 놓친 후에 간신히 잡아서 엄지손톱을 맞물려서 눌러 죽여야 했다. 이 한 마리로 끝났으면 좋은데 점점 내 몸에는 물린 자국이 늘어만 갔고, 그저께 밤에는 잠을 설치면서 몸을 긁다가 또 한 마리를 발견하고 말았다. 공포의 순간이었다. 징그럽고 가려운 것도 문제지만, 점점 늘어나고 있으면 어떡하지? 12시쯤 울워스에 가서 벼룩 퇴치용 연막 살충제를 샀다. 예전에 본가에서 부모님이 몇 번 사용하시던 게 생각나서였다.

 

이미지 출처

마침 세일 중이라 그냥 세 팩이나 사버림

일분일초가 흐를수록 벼룩이 번식할 것 같은 두려움에 검색도 제대로 해보지도 않고 대량을 산 것이 실수였다. 뒤늦게 사용방법을 검색하며 알게 된 사실:

- 연막 살충제는 별로 효과가 없다 - 벌레들이 마룻바닥이나 집안 깊은 곳으로 연기를 피해 달아나기 때문.

- 유해물질이 많아 포함되어 있다 - 음식은 물론 신체에 닿는 물건에 묻거나, 연기를 호흡하면 건강에 상당히 좋지 않다.

- 화재 위험이 있어서 전기기기를 다 꺼야 한다 - 냉장고는???

- 이 특정 제품 후기가 상당이 안 좋다 - 별 다섯 개 만점에 별 두 개 ㅠㅠ 그래서 세일했구나...

 

 

이런 단점들을 미리 알았다면 살충제를 사지 않았을 텐데, 포장을 뜯어버려서 반품도 안되고, 아무튼 벼룩을 조금이라도 잡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품고, 바로 사용하기로 했다. 하지만 바로 연막제를 사용할 수는 없다. 그전에 연막제에 닿으면 안 되는 물건을 집 밖으로 빼내야 한다. 다행히 차고에 공간이 넉넉해서 물건을 하나씩 옮기기 시작했다.

 

연막제에 닿으면 안 되는 물건 리스트

- 음식

- 식기류: 냄비, 접시, 컵

- 약, 영양제

- 칫솔, 수건, 비누

- 속옷

- 겉옷, 모자

- 이불, 소파 커버, 베개, 쿠션, 깔개

- 화분

- 전자기기: 커피포트, 노트북, 핸드폰 충전기 (이건 혹시나 해서)

 

물건을 빼내다 보니, 살림의 대부분을 옮기는 격이 되었다. '빈대 잡다 초가삼간 다 태운다'라는 말이 생각났다. 벼룩을 잡기 위해 거의 이사하는 수준으로 집을 뒤집어 놓게 되었다. 나중에는 이왕 이렇게 된  대청소를 할 겸 짐을 다 빼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휴가 중이고 코로나로 특별한 계획도 없이 새해를 보내던 중이라 마침 잘 됐다 싶었기도 했다.

 

창고 대방출 세일 아님
피난민 숙소 아님
벼룩시장 아님
이러고도 난 미니멀리스트일까?

아무튼, 하루 종일 짐을 나르고 청소를 하고 나니 녹초가 되었다. 연막제를 사용한 후 최소한 2-3시간 이후에 환기를 시켜야 하기 때문에, 차고에서 자게 되었다. 다행히 덥지도 않고, 벼룩이 없으니 숙면을 취할 수 있었다. 벼룩이 없는 일상이 얼마나 평온하고 행복한 것이었는지 미처 몰랐다. 새벽 2시 반쯤 잠이 깼는데, 깬 김에 집에 들어가 환기를 시키고 냉장고 전원도 켰다. 다행히 냉동고에 있던 음식은 거의 녹지 않았다.

결국 차고에서 자게 되었다

오후 1시쯤에 물건을 빼기 시작해서 연막제를 작동시키고 나서 보니 밤 9시 반이 넘어있었다. 그 사이에 물론 밥도 먹고, 본가에 가서 진공청소기도 빌려서 바닥도 청소했다. 연막제를 사용하기 전에 가능한 한 많은 벼룩 알을 제거하는 게 좋다고 해서였다. 방 중간에 연막체 스프레이를 배치하고는 스프레이 부분을 눌러서 작동을 시키고는 재빨리 문을 닫고 다음 방으로 이동했다. 연막제가 부족해서 세탁실과 화장실은 문을 닫아 두었다. 마지막 스프레이를 작동시키고 문을 다고 집을 나섰는데, 아뿔싸 냉장고 전원을 끄는 것을 잊어버렸네! 결국 다시 돌아가서 코드를 뽑고 나옴. 마스크를 쓰긴 했지만 연기를 피할 수는 없었다.

 

소파 쿠션도 차고로 옮겼다.

아침에 일어나 집 안을 둘러보니, 바닥에 벌레 사체가 거의 보이지 않았다. 역시 효과가 별로 없었던 걸까? 아쉬운 대로, 일단 연막제가 뿌려진 모든 가구를 주방 세제로 적신 걸레로 닦아냈다. 부엌의 모든 표면과 찬장 안을 닦는 동안 거미 3마리와 날파리 몇 마리의 사체를 본 것 같다. 미안 ㅠㅠ 벼룩 사체는 보이지 않는다. 너무 작아서 먼지와 구별이 안 간걸 수도 있지만, 아마도 벼룩은 거의 죽지 않은 듯하다... OTL

 

가구의 표면을 닦은 후에는 진공청소기로 바닥 청소를 하고, 그다음에는 세제물로 적신 대걸래로 바닥을 닦아냈다. 이걸로 된 걸까? 아마도 유해물질은 아직도 남아있겠지 ㅠㅠ 벼룩은 얼마나 잡혔을까? 밤에 잠을 푹 잘 수 있을지 걱정이 되지만, 일단 이불을 집 안으로 옮겼다. 다른 물건들은 필요할 때마다 하나씩 집으로 들여오는 중이다. 최소한의 물건만 들여놓고 이 포스트를 작성하려고 노트북 앞에 앉은 시간이 저녁 7시 정도 된 것 같다. 벼룩 퇴치를 위해 이틀 동안 집을 다 뒤집고 청소를 했다. 제발 제발 효과가 있으면 좋겠다.

 

 

하. 지. 만. 만약 효과가 없을 경우를 대비해 검색을 해두었다.

 

https://www.youtube.com/watch?v=bm7t30OkiHo&t=102s 

 

1. 뜨거운 램프 밑에 세제를 담은 접시를 두면, 뜨거운 열기에 이끌린 벼룩들이 세제 물에 빠져서 죽는다고 한다. 무려 400만 뷰에, 댓글을 봐도 찬양 일색이다. 효과가 확실히 있는 듯.

 

2. 베이킹 소다를 마룻바닥에 뿌리고 1시간쯤 후에 진공청소기로 빨아들이면 벼룩 알과 애벌레를 제거할 수 있다고 한다. 베이킹 소다가 벼룩 알을 건조하게 해서 죽인다고. 솔직히 이 방법을 먼저 알았더라면 연막 살충제를 사지 않았을 텐데 ㅠㅠ

 

 

실수 로그:

- 급해도 검색을 충분히 하자: 이것이 최선인가? 다른 더 쉬운 방법은 없나?

- 단점 검색하기: 건강에 유해한 지?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지? 

- 왜 세일을 하는지 생각해보기 - 재고처리? 신상품?

- 벼룩이 있는 길고양이는 집에 들이지 말자. 먼저 벼룩 약을 뿌려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