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관심사

벌레와의 전쟁 - 말벌

차고 문에 달려있던 말벌집

벼룩 때문에 차고에 짐을 옮겨 놓다가 차고 문에 달려있는 작은 벌집을 보았다. 벌들이 이제 막 만들기 시작한 듯, 아주 작았다. 사진을 찍어서 확대해서 보니 벌의 더듬이가 좀 특이하게 생겼다. 길게 뻗은 게 무섭다. 평범한 벌이 아닌 것 같아서 검색을 해봤다.

이미지 출처

얘랑 비슷하지 않은가!

말벌이다!!! 완전 공포에 질려서 폭풍 검색을 시작했다: 불 지르지 말고, 물도 쓰지 말 것. 벌의 사체가 남아있으면 다른 벌들이 몰려 옴. 벌집이 클수록 제거하기가 어려움. 벌집을 건드리면 공격을 함. 벌집이 커지기 전에 떼어내야 한다. 밤에 벌들이 벌집에 돌아오면 비닐봉지로 덮어서 집에서 떨어진 쓰레기통에 버리는 게 좋다는 글을 발견했다. 하지만 밤에 벌집을 떼어내기는 어려울 것 같다. 벌이 나에게 달려들어도 보이지가 않잖아! 심장이 쿵쿵 뛰기 시작했다. 빨리 해결해야 한다. 벌에 쏘이지 않도록 모자와 마스크를 쓰고, 긴 팔 점퍼를 입었다. 긴 바지로 갈아입어야 한다고 생각은 했지만 너무 더울 것 같아서 벌이 쫓아오면 집안으로 뛰어 들어갈 경로를 봐 두었다. 높은 의자를 옮겨와서 비닐봉지에 스카치테이프를 붙여놓고는 벌집 위에 덮었다. 긴 막대기로 테이프를 고정시켰는데 벌집을 봉지 속으로 넣는 것이 생각보다 힘들었다. 어떡하지, 어떡하지... 생각하다가 충동적으로 비닐봉지 위를 큰 빗자루로 눌러버렸다. 벌들이 봉지를 빠져나갈 시간이 없도록 빨리, 그리고 강하게 세게 내려쳤다. 심장이 거세게 뛰고, 스트레스 레벨이 높아져만 갔다. 빗자루를 봉지 위에 누르고 있다가 간신히 용기를 내서 봉지를 떼어 보았다. 벌집이 떨어지고 죽은 벌 한 마리도 바닥에 떨어졌고, 얼른 쓸어 담아서 다른 봉지에 넣고 쓰레기 통에 버렸다. 다른 벌들이 벌집과 죽은 벌들의 흔적을 찾지 못하도록 물을 뿌리고 빗자루질을 했다. 살인 현장의 증거를 지우는 덱스터가 생각났다. 열심히 집을 짓고 있다가 영문도 모르게 천재지변으로 저 세상에 가버린 벌들에게 미안한 마음이지만, 나를 위협할지도 모른다는 공포에 난 연쇄 살인마가 되고 말았다.

 

 

이미지 출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