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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사

벌레와의 전쟁 - 호주 독거미 레드백 Redback

호주에 살면서 독거미 이야기는 종종 들었지만 실제로 본 적은 없었다. 본가에서 자주 보던 엄청 큰 거미들도, 검색해보면 다 독성이 없는 집 거미였다. 하지만, 일 년 전 시드니 외곽으로 이사하면서 처음으로 악명 높은 레드백 스파이더를 보게 되었다.

 

이미지 출처

딱 봐도 독거미

차고 문 안쪽에 거미집을 짓던 레드백 스파이더를 처음 봤을 때는 충격이었다. 어떡하지? 죽여야 되나? 검색을 해보니, 죽이지 말고 멀리 버리거나, 잡아서 거미보호협회(?) 같은 곳에 보내라고 쓰여있는 글이 있었다. 솔직히 나에게 해를 가하지 않는 이상 죽이는 것도 너무 잔인한 것 같고, 차고 문을 열 때마다 조심하면 되겠지 싶었다.

 

그 후로 오늘까지 일 년 동안, 집 안의 곳곳에서 레드백을 보았다. 차고 문에는 항상 두세 마리가 살고 있었다. 나름 비건(?)인데 내가 피하면 될 동물을 죽이는 것에 양심의 가책이 느껴져서 그냥 내버려 두고 있었다. 오늘도 대청소를 하면서 집 외벽 곳곳에 쳐져있는 거미줄을 떼어내다가 차고에서 큰 레드백을 두 마리나 발견했다. 하루 종일 벼룩 때문에 대청소를 해서일까? 아니면 말벌이 벌집을 짓고 있는 광경을 본 충격 때문일까? 미안하다고 외치며 차고 문에 붙어있던 두 마리의 레드백을 저 세상으로 보내버렸다. 죄책감이 들어서 레드백에 대해서 검색을 더 해보기로 했다. 죽이지 않고 레드백을 처리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해서였다.

 

검색하다가 알게 된 사실 몇 가지:

- 레드백은 지저분한 거미줄을 짓는다: 다양한 디자인의 거미줄 보는 것을 좋아하는데, 레드백의 거미줄은 내게 그런 즐거움은 주지 못한다. 생각해보니 집 외벽에 붙어있던 거미줄의 대부분이 지저분했다. 도대체 레드백이 얼마나 사는 거야? ㅠㅠ

- 레드백의 거미줄에 동글동글한 솜뭉치 같은 게 있으면 레드백의 알이라고 한다. 당장 눌러서 죽여야 된다고 함.

- 레드백에 물리면 나타나는 증상 - 극심한 통증, 피부의 솜털이 일어남, 식은땀

- 1959년에 해독약이 개발되고 난 후에는 레드백으로 사망한 사람은 없다고 한다. 그 전에는 많이 죽었다는 뜻 ㅠㅠ

- 레드백에 물려서  5분 만에 사망한 여성이 있다고 함. 내가 물렸는데 빨리 병원에 못 가면 죽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헉. 날 죽일 수도 있는 거미들이랑 일 년 동안 살고 있었구나. 앞으로는 거미줄 청소도 자주 하고, 볼 때마다 죽여야겠다. 미안하지만, 너 죽고 나 살자. 정글의 법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