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분류 전체보기

(303)
잔잔한 일상속의 천국과 지옥 주말에 문득 내가 자주 입는 검정 카디건이 안 보여서 온 집안을 뒤졌는데 나오질 않았다. 아마 직장에 놓고 왔겠거니 하고 월요일 아침에 출근하자마자 책상 주변을 찾아보고, 짐작되는 곳을 가보았지만 아무 데도 없었다. 그러다 문득, 금요일에 자전거를 타고 집에 와보니 가방이 열려있었던 것이 기억났다. 지퍼가 고장 나서 고쳤다고 생각했는데 어느새 열렸던 것이었다. 그때는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고 다시 가방을 닫았는데, 아마도 신나게 자전거를 타고 집에 가는라 가방에서 카디건이 흘러나오는지도 몰랐나 보다. 거의 사흘동안 옷이 길거리에 떨어져 있을 리가 없다. 누군가가 벌써 쓰레기통에 넣었겠지. 무난한 검은색이고 얇아서 여름에 입기 참 좋았는데, 물론 비슷한 걸 다시 사면되지만, 멀쩡한 카디건이 누군가에게는 쓰레..
리처드 오스먼 - We Solve Murders (2024.09): 줄거리 및 감상 이미지 출처 아마존 2024년 9월에 영어권에서 출판된 리처드 오스만 작가의 'We Solve Murders' (우리는 살인 사건을 수사한다)를 오디오북으로 듣고 있는 중이다. 주말부터 듣기 시작해서 틈만 나면 듣고 있는데, 한 반 정도 들은 시점에서 남기는 감상이다. 한국 출판사에서 벌써 번역에 들어갔는지도 모르겠다. 도서관앱으로 듣고 있는데, 오디오북 들을 게 없나 검색하다가 우연히 '목요일 살인클럽'이라는 책의 저자의 신작이라는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원래는 '목요일 살인클럽'에 더 관심이 갔지만 빌릴 수가 없어서 대신 이거라도 들어보자 했는데, 웬걸, 재미있다. 줄거리는 처음에는 약간 난해하다가 적응이 된다. 누군가에게 살인을 청부하는 프랑스인(인지 아직도 확실치 않은). 유명한 추리소설 작가의 ..
자유로울 결심 - 하기 싫은 건 안한다 올해 나의 목표 중 하나는 진정성 (authenticity)를 갖는 것이다. 언행일치를 하고, 거짓말을 하지 않고, 솔직한 의견을 말해서 투명한 인격을 갖는 것이었다. 내 삶에 너무나 많은 거짓말들이 있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하기 싫은 걸 억지로 하고, 부당한 것을 괜찮다고 말하고, 기분 나쁜데 아무 말도 못 하고 있는 나 자신의 모습을 더 이상 견딜 수가 없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아무리 작은 선의의 거짓말이라도 계속하다 보니 마음에 먼지가 쌓이는 것 같아서, 가끔은 나의 진짜 의견이 무엇인지 나조차도 헷갈린다. 이제는 이렇게 살고 싶지 않다고 생각해서 작년 말 이런 목표를 세웠던 것이다. 하지만 11월이 된 요즘에서야 겨우 실천을 하기 시작했다. 최근에 결심한 몇 가지 : - 만나면 자기 이야기만 몇..
[책] The Life Plan by Shannah Kennedy - 인생 계획 동네 도서관에서 전에 한 번 빌렸다가 다 읽지 못하고 반납하고서 바로 다시 예약을 해서 읽었다. 오늘은 도서관에서 2시간 반 동안 읽다가 반납하고 돌아왔다. 이상하게 집에서는 잘 읽히지 않았는데 도서관에서는 집중이 잘 되었다. 집에서는 왜 읽기 힘들었나 생각해 보니, 진지하게 생각해 보고 실천을 해야 할 내용이 많아서 매일 조금씩 읽기에는 버거웠던 것 같다.        이 책을 읽고 깨달은 몇 가지:- 집에서 독서가 안되면 도서관에 가자. 조용해서 집중도 잘 되고, 오는 길에 반납할 수 있다. 책상 위에 읽지 않고 있는 책을 보는 것이 늘 마음이 찜찜했다. 정기적으로 도서관에서 책을 읽는 일정을 잡아야겠다.- 거절을 해서 시간을 지켜라: 거절을 못하면 내 귀한 시간을 내어주어야 한다. 거절해도 아무 일..
나의 최소주의 식물생활 지금 사는 곳으로 독립을 한지도 어느새 4년이 다 되어간다. 이사를 오기 전부터 나의 인테리어 방침은 두 가지로 정해져 있었다. - 미니멀리즘: 가구를 최소한으로 놓고 색도 2-3가지로 제한한다.- 플랜테리어: 큰 유리가 있는 거실에 식물원을 만든다.그렇다. 나의 꿈은 원대했다. 그건 곧 내가 식물에 대해서 아는 것이 없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지금 사는 집은 호주의 평균집 치고는 작은 편인데 부엌 뒤로 세탁실과 거실이 나중에 증축되었다. 새로 생긴 거실은 보통의 벽이 아닌 담장용 패널인데, 전기 공사가 여의치 않았는지 에어컨이나 천장에 다는 선풍기가 달려있지 않다. 그 말인즉슨, 여름에는 완전 찜통이다. 하지만 좋게 생각하면 열대우림 같은 식물원을 만들기에는 적당한 환경이기도 하다.  집에 식물원이 있으..
나는 축구가 싫다 내 인생에서 가장 부정적인 블로그 포스팅이 될 것 같다. 앞으로는 이것보다는 긍정적인 글만 쓰고 싶다. 오늘 축구경기도 5:0으로 대패했다. 비도 오고, 골키퍼도 부상을 당해서 여러모로 우울한 게임이었다. 나는 오랜만에 수비에서 공격으로 포지션을 바꿔봤지만 못하는 건 그대로였다. 게다가, 최악의 심판이 있었다. 우리 팀이 실수할 때마다 한숨을 쉬고, 비웃고, 또 그걸 놓쳤나는 식으로 큰 목소리로 말을 했다. 상대편한테는 몇 분 남았으니까 한 골 더 넣어서 6:0으로 이기라고 응원까지 했다. 내가 너무 어이가 없어서 심판한테 그런 말 하면 안 되지 않냐고 말을 했지만 듣긴 했는지 모르겠다. 게다가 나한테는 너 연습 좀 더 해야겠다고 한숨을 쉬며 말했다. 내가 못하는 건 내가 제일 더 잘 아는데 왜 그걸 경..
일상 속의 동물 친구들 고양이 두 마리와 살고 있어서 그런지 일상 속에서 마주치는 동물들에게도 친근감을 느끼는 편이다. 요 며칠 나와 찰나의 인연이 닿았던 동물 친구들을 소개하고 싶다.  길을 가는데 목줄도 반려인도 없이 혼자 서있는 작은 개를 보았다. 길을 잃어버렸나 싶어서 얼른 사진부터 찍었다. 나중에 개를 찾는다는 전단지라도 보게 되면 같은 개인지 확인하고 싶어서였다. 나의 착각일 수 도 있지만 약간 당황한 듯한 자세로 엉거주춤하게 잔디밭에 있었는데 내가 다가가자 날 경계하고는 조금 걸어서 바로 옆 집으로 들어가 버렸다. 길을 잃은 게 아니라서 정말 다행이었다.  지난주, 어떤 남학생이 공책에 그림을 그려놓은 것을 보고 너무 귀여워서 칭찬을 해주었다. 고양이 그림이었는데 생각해서 그렸나고 물어보니 그건 아니고 따라 그렸다..
Acloset - 에이클로짓 앱 리뷰 '미니멀 라이프' 카페에서 누군가의 리뷰를 읽고 에이클로짓 앱을 다운로드했다. 몇 년 전에 한 번 시도해 본 적이 있었는데 그때는 옷 사진을 찍고 나서 배경을 깔끔하게 흰색으로 정리하는 것이 귀찮았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몇 년 사이에 앱 기능이 좋아져서 자동으로 옷의 뒷배경이 흰색으로 변환이 되어 삼주 째 사용하고 있는 중이다. 앱의 기능이 꽤 여러 가지인데 그중 내가 사용해 본 몇 가지를 소개해 본다:- 매일 그날 입은 옷을 찍어서 기록할 수 있음. 나중에 어떤 날씨에 어떤 옷을 입었었는지 기억하기에 좋음. 일 년 정도 기록하다 보면 작년에 무슨 옷을 입었었는지 한눈에 볼 수 있어서 좋을 듯.- 어떤 아이템을 몇 번 사용했는지 통계 수치를 확인할 수 있음. 제일 많이 입은 옷이 무엇이었는지 확인할 수..
잔잔한 일상의 소소한 기쁨들 일 년의 몇 번씩은 일상이 무미건조해지는 시기가 있다. 나이가 들어서는 그런 지루한 일상자체가 감사할 일임을 너무도 잘 알고 있다. 나와 주변인들에게 아픈 곳이 없고, 큰 사건이나 사고가 없어서 평온하다 못해 재미가 없는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가? 머리로는 잘 알면서도, 기억력이 나쁜 나는 내 인생은 왜 이렇게 신나는 일이 없는지 시무룩해지곤 한다. 요즘이 딱 그런 시기. 딱히 문제가 없는데도 우울함이 느껴질 때면, 소소한 일상의 기쁨들을 찾아 나설 때이다. 오늘 발견한 보석 같은 기쁨의 조각들 몇 가지:  직장에서 옆자리 동료분이 고양이 모노폴리를 가지고 오셨다. 그분은 네 마리, 나는 두 마리의 고양이의 집사라서 통하는 부분이 많은데, 고양이 관련 굿즈라면 눈이 뒤집히는 공통점이 있다. 땅을 사는 대신..
카페인 없는 차 - 새로운 맛 탐구생활 커피나 홍차같이 카페인이 함유된 음료를 마시면 잠을 못 자서, 평소에는 카페인이 없는 차만 마신다. 한 동안 레몬 생강차를 즐겨 마셨는데 요새 슬슬 새로운 맛을 마셔보고 싶어졌다. 요새 슈퍼에 가서 차 코너에서 차 상자의 성분표를 읽어보며 카페인이 없다고 표시된 새로운 차들을 시도해 보는 소소한 일상의 재미가 생겼다.   얼마 전 Coles에서  Balgal Spice라는 차를 발견했다. 포장 지극히 인도풍이어서 회사 제품인 줄 알았는데 미국제였다. 뱅갈 호랑이 그림도 마음에 들고 어떤 맛일지 호기심이 생겼다. 게다가 세일 품목! 집에 와서 상자를 열었는데 포장이 특이했다. 향신료의 향이 강한 편이라 밀봉을 하게 되었는데, 끈끈한 부분이 포스트잇처럼 몇 번이고 다시 밀봉되게 되어있었다. 그리고 티백도 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