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이사를 오면서 자급자족을 할 수 있는 채소밭을 가꾸리라고 야망 차게 씨앗을 여러 가지 샀었다. 그중에 토마토는 시기가 맞지 않아서 기다리다가 이제야 씨를 뿌렸다. 우선 모종까지 키우다가 밭에 옮겨 심어야 된다고 해서, 재활용 용기에 모종용 흙을 담고 씨앗을 심었었다.
한 일주일 지났을 때 한 곳에서 여러 개의 씨앗들이 고개를 들었다. 하지만 다른 두 용기에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초록 새싹들이 방긋 웃고 있는 한 용기와는 달리 다른 두 용기는 검은색 흙 위에 아무 변화가 없었다. 하지만 계속 함께 물을 주었다.
자세히 보니 씨앗들이 아주 열심히 고개를 들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보였다. 이제 보니 흙 위에 나무 조각들이 있어서 싹트기에 좋지 않았다.
다른 곳도 살짝 흙을 걷어보니 작은 씨앗들이 힘겹게 땅을 뚫고 나오고 있었다. 뒤늦게 나무 조각들을 치워주었다. 그런 줄 도 모르고 왜 새싹이 안트나 궁금해하기만 했다. 내 책임이라는 생각은 미처 하지 못 했다.
교사라서 그런지, 새싹들을 보니 학생들이 떠올랐다. 더디게 싹을 피우는 아이들도 있다. 그 이유는 씨앗들의 잘못이 아닌 흙과 농부에게 있을 때도 있다는 너무도 당연한 사실을 이렇게 다시 배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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