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사는 곳에 이사를 온 후 몇 달 후부터 계속 아침저녁으로 밥을 주던 노을이가 밥을 먹으러 오지 않게 된 지 한 달 정도가 되었다. 노을이가 데려온 햇살이 와 달빛이는 겨우 이동장에 넣어서 동물병원에 데려가서 중성화를 시켰다. 생각지도 않게 마이크로칩도 등록해서 두 마리의 고양이의 보호자가 되어버렸다. 노을이는 제일 오래 밥을 준 고양이임에도 덩치가 크고, 날 많이 무서워해서 늘 쏜살같이 도망갔기에 이동장에 넣을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래도 매일 아침저녁으로 밥을 먹으러 올 때마다 한두 번은 쓰다듬당하는 걸 허락하는 노을이에게 정이 들긴 했었다. 하루 이틀 밥을 먹으러 오지 않았을 때는 전에도 몇 번 그런 적이 있어서 크게 걱정하지 않았는데 그 기간이 길어갈수록 걱정이 되었다. 인터넷에 고양이 찾았다는 공고가 나왔나 찾아보고, 시에서 운영하는 유기동물 보호소에 연락도 해보았는데, 노을이와 비슷한 고양이는 찾을 수 없었다. 그렇다면 가능한 시나리오는 슬픈 결말들 뿐이다. 내가 더 적극적으로 전단지를 뿌리고 찾아봐야 했을까? 집 주변을 돌면서 노을이를 아는 사람이 있는지 물어보고 다녀야 했을까? 잠시 아팠던 기간과 노을이가 사라진 기간이 겹친다는 핑계조차, 내가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는 죄책감을 커지게 한다. 나의 첫 고양이 오스카를 몇 년 전 암으로 보내고 나서, 다시는 고양이에게 정을 주지 않으리라 결심했었는데, 어느새 노을이가 데려온 두 마리에게 다시 정을 붙이며 살고 있다. 노을이 덕분인데, 고마운 너에게 계속 밥을 주고 싶었는데, 이젠 네가 없구나. 처음에 늘 노을이 지던 오후에 날 찾아와 밥을 달라던 너라서 노을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는데, 이제는 노을이 지는 저녁에도 너는 없구나. 네가 없는 세상인데, 나는 또 꾸역꾸역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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