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결이 난 '수성의 마녀'가 화제가 되고 있길래 뒤늦게 보기 시작했다. 일본 애니메이션을 거의 매일 보다시피 하다가 심드렁해진지 2-3년 되었지만 가끔 이렇게 나를 흥분시키는 작품이 있는데, '수성의 마녀'가 아마도 그렇게 될 것 같다. 지금 막 3편까지 정중행 하던 중인데, 결말이 최악(?)이라는 평이 많아서 다 보고 난 후에는 글을 남길 마음이 생기지 않을 것 같아서 미리 써둔다.
일단, 이 작품은 유튜브에 무료로 공개되어 있는데, 1편을 보기 전에 프롤로그를 보면 이해가 더 잘 된다고 한다. 난 프롤로그를 보지 않고 1편부터 봤는데도 괜찮았다.
건담 시리즈는 거의 보지 않았기 때문에, '수성의 마녀'가 처음 방송되기 시작했을 때는 크게 관심을 두지 않고 있었다. 그러다가 심심했던 오후, 인터넷에서 자주 눈에 띄는 제목이 기억에 남아서 1편만 봐볼까 하는 가벼운 마음으로 시청하기 시작했는데 금세 2편, 3편, 이 기세라면 하루 내에 정주행 할 느낌이 들었다.
1-3편의 간략한 줄거리: 빨간 머리 소녀의 주인공은 모빌 슈트를 입고 어느 우주(?) 고등학교의 파일럿 과정에 전학을 온다. 원래 살던 곳은 수성인데 (수금지화 할 때 그 수성 맞음), 이 세계관에서는 수성이 낙후된 변두리로 인식되는 듯. 전학 온 첫날, 주인공은 탈출을 시도하던 고위직 간부의 딸을 구출해 주는데, 간부의 딸은 탈출을 망쳤다면서 책임지라고 한다. 책임지라니, 여기서부터 살짝 백합의 느낌이 좀 들기 시작했다. 간부의 딸은 약혼녀가 있는데, 학교에서 제일 결투를 잘하는 남학생이다. 아버지가 제일 센 사람하고 약혼하라고 정했다는 듯. 이 학교에는 사과를 요구하거나 다툼이 있을 때 학교에서 공식 결투를 허락하는데, 간부딸을 옹호하던 주인공은 주인공의 약혼남과 결투를 하게 되고 승자가 된다. 승자가 된 주인공은 자동으로 간부녀의 약혼자가 된다. 의아해하는 주인공에게, 간부딸은 수성은 보수적인 모양이네 하며 여기에서는 아무나 약혼할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그들의 결투는 정략결혼을 원했던 약혼남의 아버지의 방해로 무효가 되고, 주인공의 모빌 슈트가 이 세계에서 법으로 금지된 건담 모델이라는 것이 알려진다. 퇴학과 함께 모빌슈트는 폐기될 위기에 처한 주인공. 간부딸이 아빠한테 생떼(?)를 부려서 다시 한번 결투를 허락받고 주인공은 또 이긴다. 그리고 이번에도 패한 전 약혼남은 주인공에게 뜬금없이 청혼을 한다. 그런데 애정이 없는 청혼이라 좀 이해가 가지 않음. 아무튼, 글로 설명해 보니 그리 재미있지 않네. 하지만 보는 내내 신선하게 느껴지는 요소가 많아서 눈을 뗄 수 없었다. 빨리 4편을 보러 가고 싶어서 서둘러 마무리해야지. 이 애니에서 마음에 들었던 점 몇 가지:
- 쓸데없이 야한 장면이 없음. 주인공이 데이트해 보는 것이 소원이라 이성과의 접촉이 있으면 얼굴이 빨개지는 정도다.
- 강한 여자 주인공! 덩치 큰 남성 캐릭터들을 운전 기술로 이겨버리는 장면이 신선하다. 그리고 주인공 키가 꽤 큰데, 키 큰 여자 주인공은
오랜만에 보는 듯하다.
- 건담을 잘 몰라도 내용을 따라가는데 큰 지장이 없음.
- 그림체가 신선하다. 머리색만 다르고 얼굴은 대부분 비슷한 애니들도 있던데, 이 작품에서는 개성 강한 캐릭터들이 많음.
- 주인공의 성격이 특이하다 - 사실 소심한 소년 캐릭터를 소년에서 소녀로 차환시킨 것뿐이지만 그래도 신선함.
- 연출이 박진감있다. 전개가 빨라서 지루할 틈이 없음.
사실 끝까지 정주행을 마치지 못할 가능성도 있지만, 일단은 오랜만에 좋은 작품을 만나서 기분이 좋다. 빨리 4화 마저 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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