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분만 구경하고 파이를 먹으려 가려던 처음 계획을 변경해서 한 시간 정도 더 하이킹을 계속해보기로 했다. 배도 아직 고프지 않았고, 쌀쌀한 날씨였지만 땀이 나지 않아서 걷기에는 좋았다. 구름 낀 하늘도 나쁘지 않았다.
이후에 올라가는 길에는 두 손으로 붙잡으면서 걷느라고 사진을 찍을 여력이 없었다. 체력이 있는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숨이 몰아치고 꽤 힘들었다. 하지만 그게 또 재미가 있었다. 앞 뒤에 사람들이 있어서 속도를 맞춰야 해서 그랬는지 생각보다 오래 걸리지는 않았다. 이거 할 만한데? 다음에는 3-4시간 코스를 다 돌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오늘은 여기서 후퇴! 처음부터 너무 무리하면 다음에 또 안 올 것 같았다. 다시 공원 입구까지 올라와서 자전거를 타고 파이 가게가 있는 방향으로 향하는데 이상하게 전혀 배가 고프지 않았다. 깨끗한 공기를 많이 마신 탓일까? 운동량이 적지는 않았을 텐데 과일 도시락 조금 먹은 것만으로도 몸과 마음이 충만한 느낌이었다. 전에도 이런 느낌을 받은 적이 있다. 암스테르담 반 호고 박물관에 갔을 때, 파리의 루브르 미술관에 갔을 때, 거의 하루 종일 그림을 보면서 전혀 허기를 느끼지 않았었다. 아름다운 것에 둘러싸여서 감탄하며 시간을 보내는 것은 오히려 에너지를 얻는 것이기 때문이 아닐까? Wentworth Falls의 자연의 아름다움에 내 안이 가득히 채워져서인 것 같다는 결론을 내리고, 파이 가게는 다음에 3-4시간 코스를 다 돌고 나서 먹기로 했다.
그렇게 멀지도 않은데, 이렇게 좋은 곳을 이제야 알게 된 것에 아쉬운 마음이 든다. 이 포스팅을 하는 지금도 어제의 행복감의 여운이 남아있다. 일어나고 보니 입술은 부르트고, 두 종아리가 땅긴다. 역시 그 하이킹 코스가 쉽지만은 않았나 보다. 방학이 끝나기 전에 꼭 다시 한번 가서 좀 더 오래 있다가 오고 싶다. 다음에는 파이를 꼭 먹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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