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중국어 실력이 살짝 늘은 것 같아서 기분이 들떠있었다. '질문 있어요.' '이 가방 귀엽다. 어디서 샀니?' '너 숙제 꼭 해와' 같이 간단한 문장을 중국인 학생들과 동료들에게 말했더니 다들 알아듣고 대답을 해주기 때문이다. 작년 9월까지는 온라인으로 중국인 선생님과 5년 동안 거의 매주 공부했었고 그 이후에는 선생님의 사정으로 수업이 종료되면서 듀오링고로 거의 매일 십 여분씩 중국어 공부를 해오고 있다. 어렸을 때 했었던 눈높이 학습지의 교육 방침이 맞았던 걸까? 매일 조금씩 하는 공부가 티끌같이 느껴지지만 쌓이고 쌓여서 어느새 중국어가 조금이나마 입에서 나오기 시작하고 있다. 앞으로는 수업 방식의 공부보다는 독학으로 이어나갈 계획이지만, 일단 현재는 듀오링고에 많이 의지를 하고 있는 중. 오늘도 주말의 느긋한 오전 시간을 즐기며 이불속에서 뒹굴거리다가 듀오링고를 하는데 문득 내 현재 레벨이 눈에 들어왔다.
작년 2월에 시작해서 며칠을 제외하고는 거의 매일 꾸준히 해왔는데, 15개월 동안 80 레벨을 했으면 한 달에 다섯 레벨을 끝낸 거구나. 문득 몇 레벨까지 있는지 궁금해져서 계속 화면을 밑으로 내려보았다.
그럼 앞으로 20 레벨 남은 건데 지금 이 속도이면 9월이나 10월에는 레벨 100을 다 끝내게 되는 거잖아? 잠깐! 듀오링고는 무한히 계속 업데이트되는 것 아니었어? 서둘러 검색에 들어갔다. 듀오링고를 몇 달안에 다 끝냈다는 사람도 있는 걸 보니 무한정 계속 레벨이 늘어나는 것은 아닌 듯했다.
그럼 난 어떡하지? 앞으로 4개월 이후에는 뭘로 매일 중국어를 공부하면 좋을까? 과연 내게 듀오링고만큼의 동기부여가 되는 앱이나 학습법이 있을까? 갑자기 살짝 공황상태에 빠졌다. 일 년 이상 매일 보던 사람과 이별하는 느낌? 안돼... 너무 허전할 것 같은데. 걱정스러운 마음에 검색을 하던 중 듀오링고를 마치고 언어 공부를 계속할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한 웹페이지들을 발견했다. 그 글들에서 본 좋아 보이는 방법 몇 가지를 대충 번역해서 옮겨본다.
- 듀오링고의 언어를 바꿔서 계속한다. 이 말인즉슨 한국어로 중국어를 배우고 있었다면 중국어로 한국어를 배워보라는 뜻. - 오호, 이거 신선한 방법이다. 난 영어로 중국어를 배우고 있었으니 중국어 모드로 영어를 해볼까? 아니면 일본어 모드로 중국어를 해봐도 괜찮겠다.
- 관심사에 대해 그 언어로 이야기하는 유튜브를 본다. - 이것도 내가 미처 생각지 못한 방법이라 좋게 들린다. 하지만 과연 이걸 매일 할까? 내가 영어 공부를 위해 추천하는 방법이 블로그 읽는 것인데, 내가 중국어 미니멀리즘 블로그를 읽어도 도움이 되려나? 내 실력은 아직 독해를 쉽게 할 수준은 아니라 매일 하기에는 버겁게 느껴질 것 같다.
- 다른 앱으로 갈아탄다. LingQ, ClozeMaster (빈칸 메우기)등 많은 좋은 앱들이 있다. - 특히 Lingodeer라는 사이트가 듀오링고와 비슷한데 문법을 많이 강조한다고 한다. 앱이 아니라 컴퓨터에서 할 수 있어서 좋아 보인다. 근데 무료가 아니라는 게 단점. 광고를 보는 대신 무료인 앱들을 더 찾아봐야겠다.
LingoDeer: Learn Japanese, Korean, Chinese and more languages
Learn languages smarter, not harder! Rated 4.9/5, LingoDeer teaches languages most effectively through fun lessons created by real teachers!
www.lingodeer.com
- 미리 읽은 책을 공부하는 언어로 읽어본다: 이 생각도 미처 못했다. 내가 좋아하는 책이라면 내용도 기억나고 다시 읽어도 재미있을 것 같다. 바로 떠오르는 책은 후미오 사사키의 미니멀리즘 책. 하지만 과연 이걸 내가 매일 할 것인가? 아니라고 본다. 며칠 하다 말겠지.
단기 여행, 언어교환, 수업 듣기, 등급시험 보기 등 목표를 세우면 언어공부를 지속할 수는 있겠지만, 듀오링고처럼 나를 매일 공부하게 도와주지는 않을 것 같다. 일단 레벨 100까지 끝내놓고 다시 한번 고민해 봐야겠다. 이쯤에서 외쳐본다. 사랑해요, 듀오링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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