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 가는 인터넷 커뮤니티들에서 계속 화제가 되길래 관심이 생겨서 보게 된 '선재 업고 튀어'. 특히 남자 주인공을 맡은 변우석 배우의 인기가 엄청나서 그 이유가 궁금했다. 드라마 전체를 볼 경로도 시간도 마땅치 않아서 유튜브의 요약본을 보았는데 요약본이라고 해도 무려 4시간이었지만 마침 병가로 쉬고 있었던지라 여유 있게 볼 수 있었다. 왜 그렇게 인기가 많은지 이제 좀 알 것 같았던 부분 몇 가지:
- 드라마를 소개할 때 '쌍방구원'이라는 구절이 붙는데, 그 점이 이 드라마의 핵심이다. 여주는 남주의 생명을 구하려고 몇 번이고 계속 과거로 향하고, 남주도 여주의 사고를 막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아까워하지 않는다. 목숨을 건 사랑을 흔히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하고 싶지도 않지만, 가장 숭고한 사랑의 모습인 건 맞다. 종교적인 사랑에 가깝다는 느낌마저 받는다. 뽀샤시한 미장센만큼이나 두 주인공의 사랑은 순도 100%. 관계에서 조건을 따지고 손해보지 않기 위해 계산을 하는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이런 순수한 연애감정에 반응한 게 아닐까?
- 무서운 장면도 좀 나오지만 전체적으로 무해한 해프닝들로 구성되어 있다. 사소한 오해, 덜렁거리다가 저지른 실수 등, 마음 편히 엄마 미소를 지으면서 등장인물들을 지켜보게 된다. 무슨 이유인지 두 주인공을 자꾸 해하려 하고 하는 범죄자 한 명 빼고는 대부분 착한 사람들이 등장한다.
- 여주의 가족의 관계가 끈끈하게 그려지는데 마음이 따뜻해지는 장면들이 몇 있었다. 과거로 돌아가서 돌아가신 할머니를 오랜만에 다시 보고는 우는 장면이라든지, 화재를 막아서 엄마의 손에 화상을 입지 않도록 과거를 바꿨을 때 주인공이 기뻐하는 모습에서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촉촉해졌다.
- 뭐니 뭐니 해도 이 드라마의 압도적인 백미는 남자 주인공의 비현실적인 외모이다. 어떻게 2미터에 가까운 장신과 새하얀 아기 피부의 순수한 소년의 얼굴의 조합이 가능할 수 있지? 거기다가 노래도 잘하고 피아노도 잘 치는데, 또 멜로 눈깔이다. 여주의 우는 연기가 참 인상 깊었는데 그에 못지않게 남주의 우는 모습과 눈빛 연기가 진정성이 있어 보였다. 뭘 해도 진정성이 느껴지는 외모이긴 하다.
- 남자 주인공을 연기한 변우석 배우의 인기에 가려져 있는 느낌인데, 여자 주인공인 김혜윤 배우도 너무너무 사랑스럽고 연기를 잘한다. 그녀가 병원에서 서글프게 우는 장면에서는 나도 따라 울 뻔했다. 의상도 헤어 스타일도 시간 여행을 할 때마다 조금씩 바뀌는데, 그런 변화를 따라가는 재미도 쏠쏠했다.
인생의 많은 즐거움이 있지만 대중문화를 통해 얻는 재미도 놓치고 싶지 않다. 화제가 되는 작품은 그 후의 작품에 영향을 주고 계속 언급되기 때문에 취향이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파악을 해두려는 편이다. 겨우 요약본 몇 시간으로 시청한 '선재 업고 튀어'를 내 최애 드라마라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나의 거무튀튀하게 찌든 마음을 아주 살짝이나마 비누 거품질을 해준 고마운 작품으로 기억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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