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미니멀리스트이다. 최소한 이렇게 자신에게 되뇌며 살아온 지 10년이 넘었다. 게으르고, 높은 효율성과 가성비를 추구하고, 인테리어나 패션에 있어서 미적감각이 부족한 나에게 적게 소유하는 삶은 여러모로 논리적이고 필연적인 선택이었다. 10여 년 전의 선택으로 인해 내 인생은 여러모로 좋게 변화되었다. 그중 몇 가지를 나열해 보자면:
- 옷을 많이 줄였다. 아직도 더 줄여야 하지만, 옷을 많이 사지 않게 되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된다. 올해는 의식하지 않고도 한 벌도 안삼.
- 물건을 적게 사고 오래 사용하면서 돈을 절약하게 되었다. 검소한 생활이 첫 주택구매에 큰 도움이 되었다.
- 욕심을 많이 줄였다. 나보다 좋은 것을 가진 사람을 덜 부러워하게 되면서 조금 더 행복해졌다.
- 물건과 가구가 별로 없어서 청소가 쉬워졌다. 그렇다고 자주 하는 건 아니다
- 집안에 뭐가 없어서 좁은 집이 실제 평수보다 넓어 보인다.
- 세일에 비교적 영향을 받지 않는다.
전에도 비슷한 글을 쓴 게 기억이 나서 찾아보았는데 사고 싶었던 3가지 물건 중 스마트폰 거치대만 구입해서 매일 잘 쓰고 있다. 나머지 중 하나는 지금도 가끔 생각이 나지만 그 사이 가격이 많이 올라버려서 포기한 상태이다. 그때 살 걸 그랬나 살짝 후회가 되는 날도 있긴 하지만 없어도 잘 살고 있다. 그러던 중 요즘, 스멀스멀 물욕이 차오르는 것을 느끼는 중이다. 너무 쇼핑을 안 해서 그런가? 스트레스를 쇼핑으로 풀던 때가 있었는데 옛날 버릇이 나오는 것 같다. 사실, 블랙 프라이데이 때의 가격을 나중에 비교해 보니 평소보다 현저히 쌌던 기억이 있어서, 꼭 필요한 물품들은 블랙 프라이데이에 사려고 미루고 있었다. 어느덧 이주 앞으로 성큼 다가온 블랙 프라이데이. 지금 구입하지 않으면 크리스마스 휴일 때문에 배송이 늦어질 것 같아서 며칠 내로 결정하려고 한다. 구입을 고민하고 있는 품목들 몇 가지:
1. 로사나 사탕
이탈리아 여행을 다녀오신 상사분이 사탕을 나눠주셨는데, 정말 맛있어서 선물용으로 구입해서 가족과 친구들에게 나누고 싶다. 지금 검색해 보니 아쉽게도 블랙 프라이데이라고 특별히 세일을 하지는 않고 있다. 핼러윈 때 세일을 했었는데 그때 사둬야 했었나 조금 후회가 되네.
2. 컴퓨터
2013년 맥북프로를 사용하고 있는데, 몇 년 전에 몇 번 바닥에 떨어뜨린 후 화면의 일부분이 검게 변한 채로 계속 사용하고 있다. 점점 화면에 검은 줄이 늘어나고 있지만 어느덧 익숙해지긴 했는데 점점 컴퓨터가 느려지는 감이 있어서 하나 장만해볼까 한다. 하나, 작년에도 같은 마음으로 고민을 하다가 시기를 놓쳐버리고 벌써 일 년이 지났다. 대학교 때부터 전공 때문에 쭉 맥북을 쓰고 있지만 이번에는 다른 브랜드로 구입해 볼까 생각 중이다. 컴퓨터가 고장이 나기 전에 구입하는 게 번거로운 일을 줄일 것 같긴 한데, 게으른 내가 과연 올해 컴퓨터를 살 수 있을 것인가 궁금해진다.
3. 고양이 자동 급식기와 급수기
고양이들이 나의 게으름 때문에 신선한 물과 사료를 못 먹고 못 마시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장만하고 싶다. 또 내년에 한국 여행을 갈 때 열흘간 집을 비울 계획인데, 꼭 외출을 해야 하는 우리 고양이들의 특성상 밖에서 사료를 줄 수 있도록 준비를 해놓으려고 한다. 열흘동안 집 안에 있는 게 가장 안전하긴 하지만, 나 외의 사람들을 극도록 무서워하기 때문에 강구해 낸 차선책이다. 아마존에서 $110 정도 하는 모델인데 사료가 5리터가 들어가서 마음에 든다.
혹시 이삼일에 한 번씩 집에 와줄 수 있는 사람을 구한다면 전기를 쓰지 않는 단순한 급식기와 급수기를 구입하고 싶다. 이건 $45 정도.
4. 달리기용 모자
거의 매일 자전거로 출퇴근을 하면서 쓸 용도이기도 하고, 달리기를 할 때 쓸 가볍고 세탁이 편한 모자가 필요하다. 현재 검정 모자를 가지고 있지만, 색이 다른 것으로 하나 더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아, 이런 생각은 미니멀리즘이 아니라는 걸 방금 이 문장을 쓰면서 깨달았다. 카트에 넣어 둔 것을 빼야겠다.
글 쓰면서 느낀 몇 가지:
- 선물용 사탕이나 간식은 핼러윈 세일 때 구입하자.
- 게으름도 쓸모가 있다. 미니멀리즘에 도움이 된다.
- 쇼핑은 너무 어렵다. 선택을 한다는 건 엄청난 에너지를 소모한다. 나는 쇼핑이 싫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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