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9월이었나? 10월 인지도 모르겠다. 일본에 있을 때 매일 자전거를 타고 다니던 생활을 그리워하던 중 나의 최애 슈퍼마켓인 Aldi에서 접이식 자전거를 판다는 광고를 보고 냉큼 사러 갔다. 13kg 정도 되는 박스를 아빠의 도움으로 차에 싣고 집에 도착해서는 설명서를 보며 조립을 했다. 조립할 때 어딘가 실수를 했는지 늘 여기저기 헐거운 곳이 발견되어서 수시로 조여줘야 했지만 쉽게 접혀서 어디든 가지고 갈 수 있는 이 자전거가 참 좋았다.

이 자전거를 가지고 기차로 당일치기 여행도 많이 다녔다. 기차역 지도를 보고 흥미가 생기는 역을 골라서 무작정 가서 자전거를 타고 동네를 구경하곤 했다. 자전거가 작게 접히니 차 뒤에 자전거를 싣고서 멀리 떨어진 공원에 가서 타고 오기도 했다. 산악자전거 코스도 뭣도 모르고 이 폴딩 자전거로 도전하기도 했었다. 결국 무리여서 많은 부분을 자전거에서 내려서 걸어가야 했지만 이 자전거가 없었다면 시작도 안 했을 쓸데없는 도전들이었고 그래서 추억이 되었다. 직주근접의 꿈을 이룬 3년 전부터는 거의 매일 자전거로 출퇴근을 해서, 주유비를 아껴주고 매일 오르막길을 오르는 운동을 시켜준 고마운 나의 동반자였다.

하지만 함께 했던 세월이 10년쯤 지나니 여기저기 고장이 나기 시작했다. 체인을 고정시키는 부분을 교체하고 바퀴를 갈고, 페달을 교체했다. 브레이크도 갑자기 말을 듣지 않아서 새로 갈고 몇 번을 손 봤다. 그리 비싸지 않았던 자전거의 가격의 반 정도에 가까운 금액이 수리비와 부품 구입비로 소요되었다. 어느 날은 내리막길을 가는데 갑자기 브레이크가 말을 듣지 않은 일이 있었다. 자전거의 속도는 빨라지는데 멈출 수가 없자 갑자기 공포에 휩싸였다. 이렇게 가는 건가? 두 발을 바닥에 디뎌서 간신히 속도를 줄였고 다행히 곧 평지가 나와서 자전거를 멈출 수 있었다. 그때 깨달았다. 이 자전거를 보내 줄 때가 왔다는 것을 말이다. 하지만 정이 많이 들은지라 바로 처분하지 못하고 거실에 몇 달 동안 세워두었다. 자전거를 차마 그냥 버릴 수가 없어서 재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았지만 아쉽게도 우리 동네에 무료로 재활용을 할 수 있는 곳은 없었다. 유료로 할 수 있는 곳이 있긴 했는데 자전거와 작별을 하는 데까지 돈을 쓰고 싶지 않았다.
오랜 시간을 들여 검색한 결과 집에서 좀 떨어진 Hawkesbury 재활용 센터에서 자전거를 재활용할 수 있다는 정보를 찾아냈다. 내가 살고 있는 council은 아니지만 협력 관계인 모양인지 우리 동네 주민도 사용할 수 있다고 했다. 마침 친구네 집에 가는 길이어서 자전거와 마지막 여행을 떠났다.

재활용 센터에 들어가니 고속도로에서 요금을 내는 곳처럼 접수원이 있었다. 주소와 가지고 온 물건을 말하니 차량 차단기를 올려주었는데, 차단기에 토이 스토리 인형들이 붙어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접수원이 토이 스토리 마니아인가 생각하며 운전해서 안으로 들어갔다.







자전거를 차 트렁크에서 꺼내서 다른 자전거들 옆에 세워두는데 기분이 이상했다. 나와 13년 가까이 시간을 보낸 자전거를 더 이상 볼 수 없게 된다는 사실에 왈칵 울음이 터져 나왔다. 그제야 아까 차량 차단기에 붙어있던 토이 스토리 인형들이 떠올랐다. 토이 스토리 영화에서도 재활용되기 싫어서 안간힘을 쓰던 장난감들이 고군분투해서 재활용 센터를 탈출하는 내용이 있었지. 자전거를 여기에 두고 오는 것이, 마치 키우던 강아지를 버리고 떠나는 느낌이었다. 다시 가지고 가고 싶다는 충동이 들었지만, 일부러 먼 길을 왔고, 작별을 고하기로 오랜 시간 고민하고 결심을 한 터였다. 잘 있어. 다음 생에도 멋진 무언가가 되어서 누군가에게 사랑받으렴.
P.S. 울적한 마음을 간직한 채로 친구 집으로 향했다. 친구에게 자전거와의 작별이 슬펐다고 이야기를 하니, 내 눈물을 단 번에 멈추는 이야기를 해주었다. '야, 그 자전거 브레이크도 고장 났다면서. 널 죽게 할 수도 있는 자전거였어. 미련을 버려!' 친구가 내려준 논리적인 결론이 너무 맞는 말이어서 둘 다 깔깔 웃음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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