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아빠께 전화로 노을이 이야기를 했다. 밥을 엄청 잘 먹는다는 말에 엄마가 임신한 게 아니냐며 걱정하신다. 헉, 그 생각을 못했네. 우리 집에 새끼를 낳으면 어떡하지? 내가 다 키울 수 없는데, 나보고 키워달라고 놓고 가면? 이런 생각을 하며 노을이를 보니 유난히 배가 불룩하게 보였다. 사료를 다 먹으면 그릇을 다시 채워주는데, 다 먹고 돌아갈 때까지 네댓 번 리필을 해주면서 노을이가 임신을 했다는 추측이 점점 확신으로 변해갔다. 그러던 어느 날, 밥을 다 먹고 난 노을이가 나에게 갑자기 '야옹'하며 말을 걸어왔다. '응? 왜 그래?' 내가 대답하자 노을이는 야옹거리며 계단을 내려갔다. 그러면서도 계속 뒤를 돌아본다. 헉, 설마. 나보고 지금 따라오라는 건가? 불현듯 뇌리를 스치는 매탈남의 영상! 노을이는 집 밑으로 들어가며 계속 나를 돌아보았다. 따라오라는 게 확실했다. 내가 오지 않으면 야옹거리고 내가 따라가면 조금 더 앞으로 나아갔으니까. 한참을 따라갔지만 집 밑이 너무 어두워서 갈 수가 없었다. 노을이는 깊숙한 구석에서 야옹거렸지만 근처에 새끼 고양이들은 보이지 않았다. 그날 이후에도 한두 번 더 노을이의 안내를 받으며 따라가 보았지만, 얘가 뭘 원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하루는 날을 잡고 손전등을 비춰가며 집 밑을 샅샅이 뒤져보기도 했지만 아무런 흔적도 없었다. 그럼 그렇지. 나에게 매탈남 영상 같은 일이 일어날 리가 없지. 그러던 어느 오후.
'고양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노을 (6) - 고양이가 있는 풍경... 그리고 (0) | 2021.09.29 |
---|---|
노을 (5) - 햇살과 달빛 (0) | 2021.09.29 |
노을 (3) - 집 안에 들어오다 (0) | 2021.09.29 |
노을 (2) - 넌 도대체 어디사니? (0) | 2021.08.29 |
노을 (1) (0) | 2021.08.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