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멀 라이프 카페에서 안 입는 스웨터를 상자에 입혀서 고양이 숨숨집을 만드는 법을 보았다. 마침 안 입는 스웨터가 있어서 박스 위에 입히고 박스 안에는 안 쓰는 수건을 넣어두었다. 전에도 상자가 생기면 고양이 밥그릇 옆에 놓아둔 적이 있었는데, 고양이들은 별로 관심이 없는 듯했다. 그래서 별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그냥 거기에 두기로 했다.
그날 밤, 오랜만에 비가 세차게 내리고 꽤 추워졌다. 혹시나 해서 숨숨집을 들여다보니!
이러고 보니 햇살이가 길고양이라는 심증이 더 굳어지고 있다. 설령 있다고 해도, 이런 비가 많이 오는 밤에, 고양이를 집 안에 들이지 않는 집사라면, 이건 방임이지. 노을이와 달빛이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조그만 햇살이 혼자 추운 밤을 숨숨집에서 보내는 걸 보니 마음이 좋지 않아서 쳐다보고 있는데, 햇살이는 내 시선을 느끼고 도망가버렸다 ㅠㅠ 그래도 여기에 숨을 곳이 있다는 사실은 이제 알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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