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잠
일 년의 마지막 날이라 특별하게 보내고 싶었는데 눈떠보니 10시였다. 어제저녁 늦게까지 영화를 보다가 잠이 들어서였다. 출근할 때는 새벽 5시쯤부터 밥 달라고 기다리는 고양이들이 생각나서 뒷문으로 가보니 고양이들이 보이지 않았다. 5시간을 배고픈 상태로 기다렸겠거니 생각하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나 말고 밥 주는 사람이 또 있겠지? 잠시 후 문을 여는 소리를 들었는지 멀리서 고양이들이 달려 나왔다. 챱챱챱. 고양이들이 밥을 먹는 소리는 언제 들어도 기분 좋다.
고양이와 벼룩
며칠 전, 제일 똑똑하지만 또 그래서 경계심이 많은 달빛이가 집 안으로 몇 번이나 들어왔다. 부엌에서 요리하는 내 곁을 서성이길래 말린 황태도 조금 주고, 어묵도 줬더니, 사회적 거리두기(?)를 철저히 지키면서 내 주위를 맴돌았다. 그래서였을까? 그 녀석에게 벼룩이 옮은 것 같다. 온몸에 벌레가 물려서 긁고 또 긁었다. 처음엔 모기인 줄 알았는데 물린 자국이 특이해서, 거미나 다른 벌레라고 생각했다. 그러 나가 내 팔 위에 익숙한 모습의 벼룩을 보았다. 고양이들 털을 빗어줄 때 털들과 함께 딸려 나온 벼룩을 몇 번 잡은 적이 있었는데, 그때 알들이 집 안에 떨어진 것일까? 아무튼 2-3일째 벼룩 노이로제에 걸린 상태이다. 햇빛이 좋은 날이라, 방석, 소파, 자주 입는 옷, 이불을 다 햇빛이 말렸다. 벼룩이 뜨거운 물과 햇빛에 죽는다는 내용을 검색하며 읽었긴 했는데, 이래도 소용이 없으면 약을 치고, 정 안되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할 것 같다. 정말 작은 벼룩 몇 마리가 내 정신을 쏙 빼놓았다. 벼룩 걱정을 하지 않던 일상이 너무 그립다.
수제비와 만두
어제 먹다남긴 수제비 반죽에, 동생이 놓고 간 야채만두, 야채를 더해서 수제비 만둣국을 먹었다. 그것도 두 번! 간헐적 단식은 휴가철엔 정말 지키기가 쉽지 않다. 다이어트를 위해서는 출근을 하는 규칙적인 일생이 좋긴 하다. 6주간의 방학 중 벌써 2주가 지났는데 먹고 싶은 대로 실컷 먹고 있다. 늘어나는 뱃살이 걱정이지만 무릎이 아프다는 핑계로 운동도 쉬고 있어서 간헐적 단식 혹은 일주일에 하루 단식이 꼭 필요한 상태다. 일단 내일 떡국은 안 먹기로 했다. 다이어트도 하고 나이도 안 먹고(?) 일석이조 ㅋㅋ
넷플릭스와 팟캐스트
일년을 돌아보고 감사와 부족함을 반성하며 새해 계획을 세웠어야 했는데, 넷플릭스에서 잔인한 'Seven'을 보고, 오디오 클립에서 '몽환'이라는 연쇄살인사건이 주제인 오디오 드라마를 들었다. 왜? 뜬금없이 왜 오늘 이런 내용이 보고 듣고 싶었던 걸까? 아, 물론, 다른 밝고 명랑한 'LoveHard'라는 로맨틱 코미디 영화와 '갯마을 차차차'도 보았다. 균형은 얼추 맞춘 듯.
2021
새해가 7분 남은 시점에서 이 글을 쓰고 있다. 밖에서 누군가가 쏘아올리는 불꽃놀이와 환호성이 간간이 들려온다. 난 혼자 집에 앉아서, 다소 밋밋했던 하루에 대한 글을 쓰고 있다. 2021년은 나에게 어떤 해였나? 내 집 장만을 해서 독립을 하고, 나만의 일상을 확립한 뜻깊은 해였다. 뭔가 대단한 업적을 남긴 건 없지만, 인간으로서 조금은 발전을 이룬 것 같아서, 후회나 아쉬움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벼룩에 물린 두 발이 가렵기는 하지만, 그 외에 다른 것에는 불만이 없다. 가족과 내가 건강하고, 배가 부르며, 날 즐겁게 해주는 넷플릭스와 책이 있다. 아직 3주가 넘는 휴가가 남아있고, 뱃살은 이제부터 빼면 된다. 밖이 소란스러워지는 걸 보니 2022년이 코앞이다. 안녕, 202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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