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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념들

2022년 새해 목표들

2022년이 밝았다! 밖은 불꽃놀이와 사람들의 환호소리, 그리고 불꽃놀이에 놀란 새들이 우는 소리들로 시끄럽다. 2022년은 어떤 해가 될까? 2021년에 내가 세웠던 계획들을 적어놓은 종이를 보니 무려 18개의 자잘한 목표들이 있었는데 제대로 달성한 것이 거의 없다.

그나마 일 년 동안 놓지 않고 꾸준히 해온 것 몇 가지가 중국어, 블로그, 그리고 한 달에 한 번 정도의 교회 찬양팀 봉사다. 나머지는 거의 잊고 살았다.

 

소박하면서도 거창했던 나의 목표들

 

목표들을 달성하지 못한 이유 몇 가지:

- 중간 목표/최종 목표의 부재: 독서 10분, 중국어 5분, 음악 5분, 이런 식의 목표들이 눈에 띈다. 거창한 목표는 달성하지 못하니까 매일 조금씩 하자는 취지로 세운 것은 알겠다. 하지만, 과거의 나야, 이것도 너무 두리뭉실했어. 독서 10분을 매일 했더라도, 뭔가 더 확실한 중간 목표도 좀 세우지 그랬니? 예를 들어, 일주일에 1권, 한 달에 4권, 일 년에 50권, 이런 식으로. 매일 이루는 작은 성취도 좋지만 연말 결산하기 쉬운 목표를 세워야겠다. 중국어도 공부한 총시간을 계산하면 하루에 5분은 했을 것이다. 하지만, 내 실력이 얼마나 늘었나, 알 길이 없다.

 

- 목표가 너무 많았다: 내 목표가 18개였다는 것도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당연히 다 기억하지도 못했다. 포스트잇에 써서 다이어리에 붙이고 다니기는 했는데 자주 보지도 않음.

 

- 불가능한 목표: 풀업을 일 년 내내 노력했지만 아마도 향후 몇 년은 불가능할 것 같다. 21킬로 마라톤도 마찬가지. 특히 무릎 통증 때문에 이제는 10킬로는커녕 500미터도 못 뛰게 되어버렸다 ㅠㅠ 승진도 당분간 불가능하다. 사실 승진을 하지 않고 평교사로 지내는 것이 내 정신 건강에 더 좋을 것 같다는 쪽으로 생각이 기울었다. 내 적성에도 맞지 않고, 승진할 가능성도 없는데 노력을 낭비하고 싶지 않은 것도 있다. 솔직히 승진하지 못할 것 같아서 미리 포기하는 면도 없지 않아 있다 ㅠㅠ  그래도 계속 목표에 포함시켜볼까? 내 집 장만처럼 혹시 될지도 모르잖아.

 

- 무의미한 목표들: 사실 건강일지나 절약은 목표라고 하기에 좀 그런 항목이었다. 뭔가 일지를 기록해서 데이터를 축척하고 싶었던 모양인데, (과거의 나에게 말하는 중) 크게 의미 있는 일도 아닌데 할 일을 늘릴 필요는 없잖아. 거기다 절약은 솔직히 더 할 수도 없잖아. 너무 절약하다 보면 나중에 한꺼번에 몰아서 과소비로 이어지더라.

 

- 목표를 봐도 감흥이나 설렘이 없었다: 너무 평범하고 실현 가능한 목표들이어서 그랬나? 목표 리스트를 봐도 별 감정이 생기지 않았고 그래서 자주 들여다보지 않았다. 그래서 이루지 못했다.

 

- 막연한 키워드: 몇 년 전부터 일 년의 주제를 하나의 키워드로 정하기 시작했다. 작년의 키워드는 업그레이드였는데, 내 삶이 과연 업그레이드되었나? 어떤 업그레이드를 하길 원했던 거야? 너무 막연해서 과거의 나에게 물어보고 싶다. 서민에서 중산층으로 업그레이드? 평교사에서 주임교사로?

 

그래도 내가 목표 세우기를 멈출 수 없는 이유는, 목표 리스트에 몇 년째 올라와 있는 항목을 달성하게 되는 일이 종종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내 집 장만! 오랜 기간,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면서도 늘 새해 목표의 하나로 적어두었던 걸 작년에 드디어 달성했다. 그래서 올 해는 목표 리스트에 내 집 장만이라는 항목이 처음으로 없던 뜻깊은 해였다. 잠재의식에라도 목표를 담가 두면(?) 내 의식과 행동이 조금씩 목표를 향해 날 밀어주는 것이 아닐까?

 

작년 목표들을 살펴보니 내 삶의 키워드들이 보인다. 글쓰기, 건강, 운동, 자기 계발, 인간관계, 환경, 돈, 중국어... 나의 관심사가 너무 분산되어 있어 보인다. 더 줄이고 집중해야겠다.

 

2022년 목표는 이렇게 새워야지:

- 개수를 줄인다. 7개 이하.

- 연말 정산하기 쉽게 수치화된 목표를 세우자. 예) 독서 하루 10분 + 일 년에 50권.

- 가슴 뛰는 목표를 하나 꼭 포함시키자. 예) 단편 소설 완성하기

 

새해 첫 하루 동안 찬찬히 생각해보고 잘 세워봐야겠다.

 

*영화 '세븐'보고 일곱 개의 대죄를 기반으로 한 새해 계획을 세움 ㅋㅋ

 

**새벽에 잠이 들어 늦잠을 자고 일어나 보니 새해 목표를 세우는 것이 급 귀찮게 느껴졌다. 올해는 그냥 건강하자!

몸 건강, 정신 건강! 무릎 아픈 것 회복하고, 운동해서 하루 종일 쏘다녀도 지치지 않는 체력을 키우자. 강철 체력을 가질 생각을 하니까 좀 흥분되고 설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