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팟캐스트에서 들은 첫사랑 이야기의 여운이 길게 남아서 여기 옮겨본다.
태즈마니아와 멜버른에서 각각 놀러 온 두 가족이 캠핑장에서 만났는데, 아홉 살이었던 소년은 검정 머리 주근깨 소녀에게 반하고 만다. 일주일 후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주소를 교환하고 8년 동안 편지를 교환했다. 17살 때 다시 만났는데, 아쉽게도 소녀에게는 남자 친구가 생겼고, 둘은 아쉽게 작별을 고한다. 그 후 몇 년 후 소녀는 남자 친구와 결혼을 하고, 그녀를 잊지 못하던 소년도 결국에는 결혼해서 자녀를 두었다.
하지만 그는 첫사랑을 간직하고 살았고, 심지어 그 부인도 그걸 알았다고 한다. 그래서였을까? 원만했던 결혼 생활도 20여 년 후 끝을 맞이한다. 한편 그의 첫사랑이었던 소녀는 남편과 이혼을 하고, 재혼을 했지만 사별을 하고 혼자가 된다. 그런 그녀를 위해 두 번째 남편의 조카가 만나는 중년의 남성마다 번호를 따서 그녀에게 만나보라고 전해주는 극성을 부렸다. 그러던 중 조카는 멀리 여행을 떠나고, 버스에서 만난 남성에게 번호를 따서 그녀에게 전해준다. 몇 개월 동안 전화를 하지 않다가 겨우 용기를 내서 전화를 하고 둘은 만나기로 한다. 태즈메이니아에 비행기를 타고 그녀를 만나러 온 그를 공항에서 보고, 그녀는 그를 알아본다. 경치 좋은 곳에서 마치 십 대의 연인처럼 하루를 보낸 후, 그녀는 그에게 우리가 전에 알던 사이가 아니었는지 묻는다. 그제야 그는 그녀를 알아보고, 그 후 그는 태즈마니아로 이주해서 그녀와 행복하게 살고 있다. 이게 무려 실화고, 이야기의 주인공들이 인터뷰를 하며 당시의 상황을 회고했다. 이런 절절한 첫사랑 이야기가 있다는 게 그저 신기할 따름이다. 서로의 유전자에 끌림이 각인된 것일까? 오랜 시간이 지나고도 그 둘은 강한 끌림을 느끼고 결국에는 맺어졌으니 말이다. 그것보다, 그 극성맞은 조카가 우연히 그를 만난 것도 너무 영화 같다.
누군가를 순수하게 좋아해 본 적이 언제였더라? 내 첫사랑도 잠시 기억에서 꺼내 보았다. 정말 순수했지만 그 소중함을 몰라서 떠나보낸 내 실수가 떠오른다. 비록 난 망쳤지만, 사랑을 포기하지 않은 이야기 속의 두 사람은 정말 잘 살았으면 좋겠다.
실수 로그
- 누군가에게 느끼는 호감과, 누군가가 나에게 느끼는 호감이 겹치는 순간을 소중하게 여기지 못했다. 앞으로, 만약, 그런 기적이 또 일어난다면 순수하게 기뻐하고 그 순간을 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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