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23) 썸네일형 리스트형 노을 (3) - 집 안에 들어오다 계속 밥만 먹고 가는 노을이와 친해지고 싶어서 밥그릇을 문 안 쪽에 둬 보았다. 집 안에 들어와서 밥을 먹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였다. 비가 왔던 날이었는데 추운 날씨 때문에 집 안에 들이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밥 먹을 때 만이라도 따뜻하게 먹고 가렴. 처음이 어렵지 그다음부터는 오래 망설이지 않고 집 안으로 들어왔다. 집 안에 고양이가 있는 풍경을 본 게 얼마만인지, 마음 한 구석이 조금 저며왔다. 밥을 먹은 노을이는 금세 밖으로 나간다. 몇 번 멀리서 지켜보니, 노을이가 문 근처에 있는 화분에 코를 디밀고 냄새를 맡거나 여기저기 구경을 할 때도 있었다. 내가 2미터 반경 안에 들어오면 재빨리 도망가긴 하지만, 집 안에 들어왔다는 사실에 나 혼자만 내적 친밀감이 커져간다. 노을 (2) - 넌 도대체 어디사니? 노을이는 어느 날부터인가 매일 하루에 몇 번씩 찾아오기 시작했다. 아침에 뒷문 앞에 사료를 놓아두고 재택근무를 시작하면 점심때 즈음에는 밥그릇이 깨끗하게 비워져 있었다. 그러다가 내가 이른 저녁 요리를 시작하면 도마 위에 칼 소리를 듣고 오는 건지, 노을이가 어느새 뒷 문 앞에 앉아서 밥을 먹고 있다. 싹 비우고 가면 혹시 또 올까 해서 사료를 더 놓아둔다. 그러면 또 어느샌가 와서 먹고 있기를 반복. 이러다 보니 사료 사두었던 게 똑 떨어졌다. 록 다운중이고 외출하는 것도 꺼려하는 중이라 웬만하면 장을 보기가 싫지만, 고양이 사료가 떨어졌을 땐 어쩔 수가 없었다. 내일 노을이가 왔을 때 밥이 없으면 얼마나 실망할까? 혹시 하루 종일 내가 주는 사료 외에 다른 것을 못 먹는 건 아닌가? 길고양이인지 이웃.. 노을 (1) 일월 말, 이 집에 이삿짐을 옮겨주시던 아빠가 고양이를 봤다고 하셨다. 이년 전 먼 여행을 떠난 오스카와 같은 젖소 무늬의 턱시도 고양이라고 신기해하셨다. 아빠가 멀리서 찍은 사진만 보고 실제로는 보지 못했지만, 마당 한구석에 매일 고양이 밥을 가져다 놓기 시작했다. 오스카를 보낸 후에도 차마 버리지 못했던 고양이 사료를 주고 싶었다. 매일 밥그릇은 깨끗하게 비워져 있어서 고양이가 다녀갔다는 사실만 확인할 수 있었지만 그래도 좋았다. 오스카의 밥그릇에 밥을 담아주던 일상이 다시 돌아온 것 같아 마음이 찡했다. 그렇게 몇 개월이 지나 오스카가 남긴 사료가 다 떨어지고 나서도 고양이 사료를 계속 사기 시작했다. 어디 사는 고양이일까? 한두 번쯤 턱시도 고양이가 뒷집 마당에 있는 것을 본 것 같기도 했다. 그.. 이전 1 2 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