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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념들

[행복의 요소] 드물게 행복했던 하루 - 왜였을까?

어제저녁 늦게까지 밀린 집안 청소를 했다. 외국에서 있다가 오랜만에 귀국해서 만나는 친구가 집에 하룻밤 머물러 오기 때문이었다. 오늘은 오전 근무만 하는 날. 퇴근 후에는 7년 만에 보는 친구와의 약속이 있었다. 공원 안에 있는 레스토랑에서 점심을 먹고, 강가 주변의 트래킹 코스에서 두 시간 정도 하이킹을 했다. 그리고 집에 돌아와 씻고 쉬다가 떡볶이를 같이 만들어 먹었다. 디저트로 달달한 와인과 케이크, 아이스크림을 먹고, 음악을 들으며 보드게임을 했다. 게임을 하는 동안 밖에 나가 있는 고양이가 돌아왔는지 확인도 하고, 게임에 승부욕을 살짝 불태우는 사이사이, 내일의 일정을 이야기했다. 살짝 피곤한 상태에서 친구는 먼저 잠을 자러 방에 들어갔다. 나는 따뜻한 차 한잔을 마시며, 외출했던 고양이를 집안으로 불러와 밥을 주었다. 그러다 갑자기 내리기 시작한 빗소리를 들으며 왜 오늘 드물게 완벽에 가깝게 행복했는지 생각해보게 되었다.

 

- 친구가 집에 놀러 오는 것을 위해서 며칠간 준비를 했다. 집안을 청소하고, 침구를 정리했다. 먹거리를 사놓고 샤워용품을 새로 구비했다. 그래서였을까? 친구가 집에 오는 것에 부담이 없었다.

- 자연에서 시간을 많이 보냈다. 공원 안에 있는 레스토랑까지 걷고, 또 하이킹도 했다. 녹색을 눈에 많이 담은 하루였다.

-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에서 밥을 먹고, 내가 밥값을 냈다. 지난주 친구의 생일이었기도 하고, 오래전 친구가 있던 나라에 여행을 갔을 때 신세 졌던 것에 대한 고마움의 표시기도 했다.

- 간단한 음식을 친구와 같이 만들고, 같이 배불리 먹었다.

- 달달한 후식과 술!

- 은은한 조명, 잔잔한 음악을 배경으로 즐기는 보드게임.

- 귀여운 고양이. 그리고 나의 고양이의 대한 애정을 이해해주고 맞장구 쳐주는 친구.

- 조금 취하고 적당히 피곤했다.

- 배려심이 많고, 또 나의 배려를 알아차려주는 친구!

 

요약해보면 다음과 같다 - 사전 계획 (실수와 스트레스를 방지), 자연, 음식, 놀이, 고양이, 음악, 친구, 전시회*

 

친구의 존재를 빼놓고 나머지 요소들은 혼자서도 마련할 수 있는 것들이다. 앞으로의 일상에, 위에 열거한 것들을 더 포함시켜야겠다. 하지만 오늘이 더 특별했던 이유는 오랜만에 봐도 변함없이 편하고 좋은 친구와 이 모든 것을 함께 해서였을 것이다. 친구는 현명하고 배려심이 많고 나의 좋은 점을 집중해서 봐준다. 그래서인지 함께하는 시간 동안 자연스럽게 나답게 힘을 빼고 있을 수 있다. 내가 나답게, 좋아하는 것,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할 때 행복할 수 있구나. 너무나 당연한 사실인데 새삼스레 또 깨닫는다.

 

 

*추가 - 그다음 날도 친구와 함께 시간을 보냈는데 미술관에 가서 좋은 전시회를 보고 큰 자극을 받았다. 친구와 단순히 일상에 대한 수다가 아닌, 예술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도 아주 즐거웠다. 친구가 미술 전공이라 더 재밌었던 것 같지만, 다양한 주제에 관한 대화도 생각보다 큰 기쁨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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