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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사

듀오링고 앱이 달라졌어요!

얼마 전 전화기가 갑자기 고장이 났다. 중고로 얻은 아이폰6 (2010년 출시)를 몇 년간 잘 쓰고 있었던지라 참 아쉬웠다. 오래된 기종이라서 iOS 업데이트가 더 이상 되지 않아서 몇몇 앱들을 사용할 수 없다는 것 빼고는 배터리도 오래가고 꽤 만족스러웠기 때문이었다. 어떤 기종으로 바꿀까 고민하다가 케이블과 케이스를 그대로 쓸 수 있는 아이폰 SE (2020년 출시)를 샀는데, 즐겨 쓰던 앱들을 다시 깔고 보니 많이 달라져 있었다. 마치 시간여행을 해서 미래로 온 느낌이었다. 궁상에 가까운 절약을 하면 시간여행을 체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내가 제일 처음 다운을 받은 앱은 듀오링고였는데 전화기가 고장 나기 하루 전, 깜빡하고 그날의 할당량을 채우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460여 일을 어찌어찌 이어갔는데 이틀 연속 빼먹어서 다시 0일로 돌아간다고 생각하니 과장 조금 보태서 하늘이 무너져내리는 느낌이었다. 서둘러서 앱을 깔고 그날의 공부를 하려는데, 어랏, 뭔가 많이 달라져있었다. 폰트도 그렇고, 초록색 부엉이 캐릭터인 듀오의 표정이 다양하게 변했다. 가장 큰 변화는 매일매일 조금씩 채워나가는 동그라미 모양의 징검다리가 없어졌다는 것이었다. 분명 유닛 85나 그 언저리였던 것 같은데 Personalised Learning으로 바뀌어서 숫자가 사라져 버렸다. 다행히 공부하던 내용과 퀴즈의 방식은 바뀐 것이 없었는데, 이상하게도 전보다 더 자주 틀려서 하트를 쉽게 잃고 있다. 이건 그냥 내가 며칠 공부하지 않아서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다.

 

오늘 나의 조용한 블로그에 BIBI_b님이 댓글을 달아주신 기념(?)으로 내가 실수할 때마다 저장해 놓은 문장들을 몇 개 공유해 본다.

 

나는 만리장성을 보러 베이징에 가고 싶어요.

 

나는 하루에 양치질을 세번하는 습관이 있어요.

 

 

나는 그 보고서를 다 읽었다.
나는 매달 상사에게 보고해야 한다.

 

자꾸 같은 문장을 틀릴 때면 이미지를 저장했다가 같은 문장이 또 퀴즈로 나오면 정답을 확인하는 용으로 쓰고 있다. 이거 반칙인 것 같기도 하지만 자꾸 틀려서 하트를 다 까먹으면 곤란해지기 때문에 할 수 없다. 하트 하나를 재생시키는데 몇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앱을 새로 깔고 나서 겪은 가장 큰 변화라면, 앱의 마스코트인 듀오에 대한 문장이 자주 등장한다는 것이다.

 

만약 네가 게으르다면, 듀오가 연습 더 하라고 말해줄꺼야.

 

듀오는 배우는 걸 포기하지 말라고 우리를 격려해준다.

 

앱의 캐릭터들의 다양한 표정도 그렇고, 듀오에 관한 문장들도 그렇고, 제작자들이 앱의 구석구석에 유머와 재미를 채워 넣으려고 노력한다는 것이 잘 느껴진다. 이런 앱을 무료로 이용하는 게 미안해서, 광고는 열심히 보고 있다. 공부하다가 틀려서 저장해 놓은 이미지들이 이제 너무 많아졌다. 한 번씩 다시 읽고 써보고 폰에서 삭제해야 하는데 계속 미루기만 하는 중. 하루 10여분 공부하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다.